전통적으로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걸어 다니는 백과 사전이라고 하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인간 컴퓨터라고 부르며, 특히 요즘에는 뭐든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이나 연세 드신 분이나 기억력 감퇴에 대한 하소연을 많이 하는데, 그로 인한 에피소드들은 우리를 웃게 하지만, 그로 인한 근심은 우리의 주름을 늘게 한다. 그러나 신경 생리학적으로 보면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은 기억하는 것은 저절로 되도록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은 노력을 필요로 하도록 만드셨다.
잠시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좋은 일도 기억하지만 특히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받은 상처를 치료하며 그 사건을 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자꾸 기억나고 생각나는 이 감정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웠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화병에도 걸리고, 우울증도 생기며, 소화 불량이 생기기도 하니, 어쩌면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은 잊고 싶은 것을 잊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하고 산다면 그야말로 사는 것이 굉장히 괴로울 것이다. 두통,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하나님은 우리가 기억은 저절로 하되 불필요한 일들은 기억하지 않고 여과할 수 있도록 만드셨다. 이것을 망각의 은혜라고 부른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아픈 상처를 치료받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시간이 약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오묘한 하나님의 배려이다. 하나님은 기억을 하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 저장, 그리고 재생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도록 만드셨다. 이 배려의 세가지 장치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정보 수집의 단계는 새로운 사실을 보고, 듣고, 읽을 때 뇌가 자극을 받아 이루어진다. 이 정보는 뇌의 전파로 인식되어 주로 그 느낌만 남고 필요 없는 정보로 판단되면 않고 지워버린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더라도 인상을 기억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은 얼만큼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졸린 상태거나, 술에 취해서, 혹 그 밖의 이유로 집중력이 감소되면, 들은 것도 잘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들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한 번만 들어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이 때 가지고 있는 관심이 정보 수집을 올바로 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기억력을 가지려면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골 3:2)
일단 정보가 수집이 되고 이것이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이 되면, 이것을 저장하려는 움직임이 뇌에서 일어난다. 즉, 뇌 전달 입자 단백질을 만들어 뇌의 한 부분에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단백질로 기억된 정보는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다. 치매, 알코올 중독 등은 이 과정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즉, 정보 수집은 되었으나 그 정보가 단백질로 저장되지 못하여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만취해서 술주정을 할 때, 듣기도 하고, 대답도 했는데 기억하지 못하고, ‘필름이 끊겼었다’고 표현하는 그것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이 부분은 뇌 중에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우울한 상태이거나 동기부여가 없을 경우 기억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목적이 뚜렷하면 기억력이 증가한다.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하여 보라(엡 5:10)
마지막 단계는 정보 재생 과정이다. 이것은 이미 저장된 정보를 활용하는 단계에 해당된다. 들으면 알겠고, 또한 알고는 있는데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정보 재생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건망증, 파킨슨 병 등은 이 재생과정이 퇴보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재생 과정이 약해지면 건망증이 심해진다. 또한 의욕이 상실되고, 우울한 감정일 때도 이 건망증이 심해진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기억을 하려면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 3단계가 관심, 목적 의식, 동기 부여, 의욕 등 감정적인 요소와 많은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뇌의 기능이 정상이라도 심각한 우울증, 좌절 등으로 전혀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의욕이 없을 뿐이다. 반대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면, 기억력도 좋아진다.
뇌가 이미 형성된 어른들의 경우보다도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격려와 용기를 주는 말을 통한 ‘세워줌의 원리’는 굉장히 큰 능력을 발휘한다. 만일 부모들이 자녀에게 ‘왜 그 모양이냐’고 면박을 주는 대신에, 희망과 꿈을 심어주며, 격려해 주고 용기를 준다면, 또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지를 심어준다면, 아직 뇌가 한참 발달할 시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입술의 열매를 짓는 여호와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입술의 열매를 짓는 나 여호와 말하노라 먼 데 있는 자에게든지 가까운 데 있는 자에게든지 평강이 있을지어다 평강이 있을지어다 내가 그를 고치리라 하셨느니라 (사57:19)”
그러나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자라나는 청소년, 어린이의 용기를 꺾어, 능력이 있어도 발휘해보고자 하는 생각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것을 먼저 배우면, 기억력 또한 저하되어 성적이 향상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배운 지식도 오래 기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부모들, 교사들을 비롯한 모든 어른들이 격려와 세워줌의 원리를 터득하여, 조금 부진하더라도 믿고, 참고, 기다려 주고, 오히려 희망을 주고 격려해 준다면, 이민 사회의 청소년들의 미래가 훨씬 밝을 것이다. 바울은 이와 같은 자녀 사랑을 이와 같이 표현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고전 13:4,6-7).
동기를 부여해 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뇌는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마다 그 모양을 변형시키며, 더 나은 상태로 성숙되어 지기 위해 노력한다. 꾸중, 욕설만 들은 뇌의 모양은 부정적인 사고만 할 줄 아는 뇌가 되고, 칭찬, 격려, 사랑의 말을 많이 들은 뇌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뇌가 된다. 서로가 좋은 말로 격려하고 세워주어 아름다운 입술의 열매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므로 우리가 예수로 말미암아 항상 찬미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 이는 그 이름을 증거하는 입술의 열매니라 (히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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