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8일 일요일

너무 늦어지지 않게 천국을 준비하는 꽈렌떼나

유난히 중환자들이 많았서 마음이 바쁘고 무거웠던 한주입니다.

꽈렌떼나 초기에는 이미 그 전에 진단된 케이스 외에는 그냥 약을 계속 잘 드시도록 처방해드리고 해야하는 검사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체크해드리고 코로나 김염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이 더 많았지만 100일이 넘어가니 너무 오래 동안 병원을 못가고 참고 기다리시다가 늦게 오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대충 약을 사드시며 미뤄오시던 분들은 적절한 진단의 시기를 놓치십니다.

할머니가 발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오시게 했더니 심부전증 상태로 발이 부은 것으로 입원을 요하는 상태였습니다.
요즘처럼 영상으로 사진으로만 보고서는 항생제 드리고 말았을뻔 했던, 그래도 병원을 열고 자리를 지키고 봐야하는 환자는 꼭 본다는 원칙이 바르다는 것이 증명되는 케이스 입니다.

슬픈 사실은 지금은 입원을 하면 면회도 안되고 자연 격리된다는 것. 숨쉬기도 힘드신 할머니가 입원 수속 다 하시고는 병원에 혼자 입원해계셔야 하는 것이 더 무서워 가족들과 함께 있겠다고 약처방만 받고 그냥 집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아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식도암은 원래 6개월정도 예후를 봅니다. 음식을 못드시지만 꽈렌때나가 시작되는 바람에 100일 동안 못나가시고 기다리시다가 오시니 증상이 시작된 때로부터는 적어도 4개월 길면 6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병원 진단을 미루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 원망스러운 그 시간 동안 집에서 참고 이 시기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지는 꽈렌떼나입니다. 오히려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 규제와 거리두기, 격리가 강화된다는 이 시점에 집에서 아픈것을 참으며 비슷비슷한 소화제만 열가지도 넘게 약국에서 사서 드시며 버텨오신 시간들이 너무 아픈 순간입니다. 
할머니는 나를 붙잡고 말씀하십니다. 자식들 때문에라도 아직은 살아야 하는데 살아야 하는데... 
아직 왜 아프신지 말씀도 못드리고 가족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만 또 마음이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정기검진을 꼭 하셔야 된다고 겨우 설득해서 검사를 하셨는데 발견된 부신종양, 하수구가 터져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공사하시느라 여기저기 병이 나서 오셨다가 이제서야 집으로 들어가시고 혈압도 정상으로 되었는데 검사결과를 보고 무어라 말하기 당황스럽던 순간, 할머니 불안해 하시니 나중에 자녀분들이 따로 와서 설명을 듣고 검사용지를 받아서 갔습니다.

작년 내시경에 이상이 있었기에 다시 체크하셔야 하는 분들 경우도 이제는 정기검진 시기가 늦어지기에 나이와 경중에 따라 케이스별로 검사를 하도록 설명하고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 진료시간이 생활을 체크하고 예방 접종 체크하고 잘먹고 잘자고 화장실은 잘 가는지 물어보고 위험인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궁굼한 거 대답해주고, 많은 경우에는 왜 검사를 뒤로 미루면 안되는지 설명해주고 케이스별로 판단해드리고, 다행이 미루어도 되는 경우는 다음에 하시라고 말씀드리지만, 꼭 해야 하는 검사를 무서워서 못하신다는 노인분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무서워서 안나가신다는 노인분을 무조건 야단만 칠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 자꾸 길어지고 밀리는 진료시간... 마스크 보호대를 얼굴에 잔뜩 뒤집어 쓰고는 물한모금 못마시다가 나중에는 목이 잠겨버립니다. 나는 코로나 감염자를 보는 의사도 아닌데, 하루하루를 마칠 때마다 녹초가 되며 자꾸 다시 생각하게 되는 삶과 죽음입니다.

코로나를 직접 접하는 의사들에게서 들리는 한숨, 지치고 피곤한 친구들을 위로하고 힘내라고 이겨내자고 서로 독려하는 것도 일상이 됩니다. 

우리 환자분들 중에 많은 분들은 세계 대전을 경험한 분들입니다. 현지인들은 전염병과 배고픔을 이겨내고 스페인 독감을 이겨내고 특히 유럽계 이민 1,2,3세들은 그 시절에 이땅을 개척하고 세계 5위 부자 나라 아르헨티나를 이루어 내신 분들이고, 한국분들도 일제시대와 한국전쟁도 겪어내고, 심지어는 이 땅끝까지 이민 와서도 살아내신 분들입니다. 
정신력도 강하고 기초체력도 튼튼하고 면역력도 좋으신 분들, 한번 아파보지도 않으셨다는 분들, 아픈것쯤은 거뜬히 수술하고 치료받고 이겨내신 그 분들이 지금 2020년에 지나가고 있는 세계적 경제 정치 보건 위기 상황을 직면하고 가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기다리던 아기가 생겨서 기뻐하는 한 환자의 임신 소식이 감동이었던 한 주. 출산을 도와주는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기까지 일단 기본 검사들을 시기에 맞춰 해주며,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이런 순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거나 말거나, 얼마 전이 태어나서 너무 이쁘게 자라나는 아기와 이제 용감하게 오고자 잉태되는 아기가 경이로움으로 마음에 다가옵니다. 

언제가 그 날인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 등불을 들고 기다리는 열처녀의 비유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졸면서 먹고 놀고 즐기자는 가운데 슬며시 다가와 단기간에 세계를 마비시켜버린 바이러스, 그 바이러스를 대면하여 각자가 이겨내야 하는 순간들, 상황들, 어려움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다시 돌아보는 죽음, 바이러스를 대처한다고 조심한다고 노력하는 동안 부지중에 가다온 다른 여러가지 질병들, 결국은 무엇으로 죽게될지 모르는 불안의 시간들...

하나님 앞에서 작아지며 오직 그분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분의 긍휼하심을 바라보며, 내 기름은 잘 준비되었는지, 나는 예수님 맞을 준비 되었는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구원받았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 자리를 충실하게 지키며 각자 주어진 일을 수행하며 말세를 살아내는 우리는 모두 순례자들 입니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그리고 물리적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각자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특별히 영적으로도 나태함이 없도록 더욱 깨어 기도하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이 시기가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그 중에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밤중에 소리가 나되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 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새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하거늘,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저희가 사러 간 동안에 신랑이 오므로 예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 대답하여 가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마 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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